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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

가끔 길을 잃고 싶을 때 / 모로코 페즈 메디나 여행 / 골목 여행 / 천천히 여행하기 /

by 유플라시보 2024.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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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동료직원이 틀어준 가사없는 'Instrumental music'을 들었는데,
갑자기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다운 여행을 다녀온지 시간이 좀 많이 지나기도 했고, 항상 오가던 길에서 벗어나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곳에서 느긋하게 지내보고 싶은 콧바람이 솔솔 생길 시기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오늘 갑자기 봄에 읽었던  '세상의 모든 골목'이라는 책이 떠올랐어요.
책을 쓴 변종모 작가는 여행을 가면 어디라도 골목을 걸어보는 걸 참 좋아한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그가 다녀온 세계 여러곳의 골목 여행에 대해서 잔잔하게 글을 이어갔는데, 그중에서 꼭 반드시 가보고야 말겠다고 다이어리에 적어 둔 나라, 아니, 골목이 있는데요.
 
그곳은 바로, 스페인 남쪽 도시에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면 바로 만나는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모로코인데요. 거기에서도 페즈(Fez)라는 곳이에요.  모로코는 옮겨 가는 도시마다 색깔이 너무도 달라서, 한 나라를 여행하지만 적어도 10개국은 다니는 기분이 드는 곳이라고 했어요.

페즈에서도 꼭 가고 싶었던 그곳, 메디나!!
변종모 작가의 표현을 빌자면, 그곳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깊고 아득한 미로라고 해요. 완벽하기까지 하다면서요.
(이 문장을 읽을 때 제 마음이 어땠을까요. '나도 꼭 가보고 말테다' 였죠)
메디나는 9,000개나 되는 골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세시대 이후로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는 모로코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요.

그 미로같은 골목은 적들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무더운 날씨에 그늘이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네요
작가는 숙소에서 나와서 길을 외우며 가다가도 매번 길을 잃고 헤매고 말았다고 해요.
('아 바로 이거다. 나도 거기 가서 길을 잃어 보는거다.' 특별한 여행이 될 거라 의심지 않았어요)
그곳의 골목은 워낙 많고, 어떤 골목은 두 팔을 옆으로 벌리면 벽이 양손에 닿을만큼 좁은 곳도 있다고 하고, 처음엔 좁다가 앞으로 가면 조금 더 넓어지는 곳도 있다고 해요. 그래서 메디나의 골목여행은 차로 할 수가 없어요.
아직까지도 물건을 옮길때는 말을 이용한다고 하네요. 마차를 타고 가는 모습들을 볼 수 있구요.

그는 그 골목을 이렇게 표현해요
'무릎 위에 펼쳐진 책의 다음 장을 궁금해하듯 조심스럽게 모퉁이를 돌았다. 모퉁이를 돌자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골목이 나타났고~~'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골목을 거니는 기분은 어떨까' '다음 골목엔 뭐가 나타날까' 마구 상상하며 읽었어요. 마치 거기를 여행하고 있는것처럼)

아무리 뛰어난 방향감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한번쯤은 방향을 잃고 마는 그곳!! 정말 매력적인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살면서 우리도 가끔 일부러 길을 잃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꼭 필요한 여행지인 것 같아요.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주인공처럼 강의하던 도중 홀연히 떠나버리는 그런 것쯤은 아니더라도, 구획이 정해져 있는 (9,000개의 미로같은 골목안에서) 곳에서 길을 잃은 것에 대해 기뻐하며, 천천히 걸어보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기대해 봅니다.
 
궁금해서 구글 지도를 확인해 봤더니 역시나 미로처럼 생겼네요.
https://www.google.com/maps/place/Medina,+%EB%A7%88%EB%9D%BC%EC%BC%80%EC%8B%9C+40000+%EB%AA%A8%EB%A1%9C%EC%BD%94/@31.6306058,-7.9913422,15.26z/data=!4m6!3m5!1s0xdafee4403481913:0x8a258af8dd23db99!8m2!3d31.6225646!4d-7.9898698!16s%2Fg%2F12xqq3256?hl=ko&entry=ttu&g_ep=EgoyMDI0MTExOS4yIKXMDSoASAFQAw%3D%3D

Medina · 모로코 40000 마라케시

모로코 40000 마라케시

www.google.com

이곳은 팔을 펼치면 닿을 넓이에 때로는 비스듬히 걸어야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골목이 이어지다가 꺾어지면 갑자기 넓어지는 골목이 보이기도 하고 어째뜬 예측불가능한 골목이라고 해요.
상상에도 없던, 상상하지도 못했던, 한 걸음을 채 못 가서 휘어지거나 갑자기 막다른 골목이 나오기도 한다니까 점점 더 직접 가보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생기더라구요.
골목안을 구경하다가도 고개를 들면 파란 하늘도 구경할 수 있고, 건물과 건물 사이 동굴 속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햇살이 들어와 아늑함도 느낄 수 있었다고 변종오 작가님은 말하고 있어요.

여행병이 스멀스멀 올라오니 모로코 메디나에 이미 가있는 기분이네요.
그곳에서 일부러 길을 잃어볼 심산으로 숙소를 나와서 매번 다른 골목을 선택해서 걸어봐야지~~~
 
골목을 찾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으면 골목 어딘가에서 누군가 나타나 '지금 당신을 무엇을 찾고 있소?'라며 나를 일깨워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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