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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라이언' : 삶의 기적을 만나고 싶다면

by 유플라시보 2024.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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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장르 : 드라마

  개봉 : 2016.11.25.(미국)

  감독 : 가스 데이비스

  출연 : 써니 파와라, 니콜 키드먼 외

  러닝타임 : 118뷴

 

영화 이야기

인도의 어느 작은 마을, 5살 사루는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인해 형과 엄마의 일을 도우며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사루는 야간 일을 위해 집을 나서는 형 구뚜를 졸라서 함께 따라나선다. 그러나 사루는 쏟아지는 졸음을 못 참고 잠 들어버린다. 구뚜는 졸고 있던 사루를 기차 플랫폼 벤치에 눕히면서 여기서 꼭 기다리라는 말을 남긴 채 잠깐 자리를 비운다. 그사이 잠에서 깨어난 사루는 플랫폼에 혼자 남겨진 자신을 발견하고는 열심히 형을 찾아 돌아다니지만, 아까 자던 벤치가 아니라 비어 있는 기차에 올라 잠이 들어버린다. 그런데 하필이면 사루가 탄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는데 몇 날 며칠을 쉬지 않고 달려 콜카타에 도착한다. 그제야 겨우 기차 밖으로 나온 사루는 힌디어가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가족을 찾아 이곳저곳을 떠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인신매매 위험에 노출되었다가 간신히 위기를 벗어나지만 떠돌이 생활을 면치는 못한다. 그러던 중 사루는 우연히 한 청년의 도움으로 아동보호시설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사루는 호주에 있는 한 가정으로 입양된다. 사루가 입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양부모는 자학 성향이 있던 만투쉬라는 이름의 또 다른 아이를 입양한다. 20년 뒤, 대학원에 진학한 사루는 인도인 친구들 모임에 갔다가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자신을 찾고 있을 가족들 생각 때문에 힘들어하던 사루는 구글어스를 통해 세계 어디든 볼 수 있다는 친구 말을 떠올리며 양부모한테는 비밀로 한 채 자기  고향 찾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희미한 기억 몇 개만으로 넓은 인도에서 자기 가족들을 찾는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어린 시절 가족들과 헤어져야 했던 사루라는 인물이 2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기억의 파편에 의지한 채 가족을 찾아가는 여정을 잘 그리고 있다. 사루는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가족 품에서 벗어나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가족을 찾기 위해 방황해야만 했다.  그가 콜카타에 도착하기까지 며칠 동안이나 기차 안에서 보내야 했었던 모습에서 새삼 인도라는 나라가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나 같은 인도이기는 하지만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는 것도 신기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사루의 가족 찾기는 더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언어부터 통하지를 않으니 도움을 청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도움을 받으려 해도 그가 살았던 작은 시골 마을을 아는 사람도 없을 테니 말이다.

아동보호시설에서 콜카타 신문에 그의 가족들을 찾는 기사도 냈지만 사루의 엄마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것도 그가 가족들을 찾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 설령 그의 엄마가 글을 안다고 해도 콜카타 신문에 나온 광고를 1,600km나 떨어진 곳에 있는 그의 가족이 과연 볼 수는 있었을까! 그런 상황들이 마치 그가 다시는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처럼 돌아가는 거 같았다. 그럼에도 다행이라면 그가 인신매매의 위험에서 간신히 벗어나 새로 만난 양부모에게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에게 다가온 새로운 환경이 어쩌면 더 잘 된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루 또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며 이해심 많고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과거를 떠올리게 되면서 그의 생활은 엉망이 되어 간다. 세상 어디선가 자신을 찾고 있을 가족들 생각에 괴로워하며 그는 일을 그만두고 인도에 있는 가족 찾기에만 몰두한다. 사루는 자신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과분하게 느껴질 정도로 힘들어하게 된다. 그래서 사루는 그의 여자 친구와도 헤어지게 된다. 그러나 어릴 때의 단편적인 기억만으로는 자신이 살았던 곳을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열차 속도와 그가 살았던 곳에서 콜카타까지 걸렸던 시간을 추산해서 자신이 찾아야 할 범위를 추려냈다. 하지만 여전히 인도는 너무나도 넓은 곳이었다. 게다가 그는 미안한 마음에 양부모에게조차 자신이 인도에 있는 가족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다. 그것이 그의 양부모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될까 봐 두려웠다. 어린 시절의 기억에 빠져들수록 그는 점점 피폐해졌다. 그러한 그의 모습은 무척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준 양부모에 대한 미안한 감정 사이에서 그는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을까. 하지만 그의 양부모는 사루가 자신의 진짜 가족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런데도 사루를 응원해 준다. 사루의 양부모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던 건 그들이 자신들의 아이를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양을 선택했다는 점이었다. 이 세상에 인구가 넘쳐나기 때문에 출산이 아닌, 힘들게 살아갈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사루의 양부모는 말한다. 그런 그들이었기에 입양한 두 아이를 따뜻하게 보듬어줄 수 있었던 건 아닐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지던 찰나, 사루는 구글어스에서 눈에 익은 지형을 발견하게 되고 그 결과 자신이 살았었던 마을을 찾게 된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지명과는 사뭇 달랐던 마을 이름임을 알게 된다. 그는 자기 가족을 찾아 직접 인도행 비행기를 탄다. 그리고 기억 속에만 있던 익숙한 풍경들을 마주하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 찾아간 마을에서 그는 그 동네 사람의 도움으로 그가 어렸을 때 헤어져야 했던 가족을 드디어 만나게 된다.

슬펐던 건 그가 잘 따르던 형 구뚜는 사루가 실종되던 날 밤 기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의 친 어머니 입장에서는 결국 하루에 소중한 두 아들을 모두 잃어버린 셈이니 얼마나 비통했을까. 하지만 그의 친어머니는 사루가 돌아올 것을 믿고 그 마을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의 마지막에 어른이 된 사루가 회상하는 어린 시절의 자기와 이제는 세상에 없는 형 구뚜가 함께 하는 모습에 괜스레 먹먹한 감정이 살아났다.

 

참고로 이 영화 제목인 '라이언'은 사루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던 그의 원래 이름인 셰루(사자)를 뜻하는 말이다.

 

"그분을 찾는다고 해서 엄마의 의미가 바뀌지는 않아요. 사랑해요, 정말 많이요. 아빠도요. 그리고 만토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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