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바로 옆부서에 있는 후배 직원과 점심식사후 회사 주변을 걸었는데요.
고민이 있다면서 이야기를 꺼내더라구요.
중학교 2학년인 둘째 아이가 밤낮없이 휴대폰에 빠져 있어서 걱정이라면서, 그만하라고 하면 짜증을 내고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하구선 계속 휴대폰만 한다고 했어요. 장기간 계속되니 걱정이 되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어요.
저의 경우는 두 아이 모두 3년을 대안학교에 다녀서 그런 경험이 길지는 않은데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후배직원과 같은 경우로 걱정을 했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 나이때는 당연히 게임도 좋아하고 채팅도 좋아하고 모바일과 거의 한몸이 되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는 시기긴 하죠.
같이 사는 가족 특히 엄마 아빠는 속이 터져서 죽기 일보직전인 경우가 허다하구요.
일단 이 후배직원은 아들이 대화 자체를 차단하려고 한다고 하니 문제가 심각해 보였어요.
전문가의 견해를 따라 정해진 시간에는 휴대폰을 밖에 두거나 하면서 시도해 보지만 그때뿐이고 또 아이는 짜증을 내고 보고있는 엄마아빠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하면서 악순환이 계속되죠.
우리 어른들도 아침밥은 안 먹어도 휴대폰 없이는 정말 못사는 세상까지 와 있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무리하게 요구하다간 오히려 역효과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이 문제는 아주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접근해야 할 거 같아요.
아이가 왜 휴대폰을 도피처로 해서 부모 멀리로 달아나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봐야 하는 거죠.
제가 제안하는 방법은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확실한 방법이예요. (제 경험상)
첫 번째로, 아이를 다그치기 이전에 엄마 또는 아빠가 휴대폰 사용하는데 모범을 보이고 있느냐는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서부터 저녁 퇴근해 와서, 그리고 쉬는 주말까지 아이가 보는 곳에서 휴대폰을 들고 살지는 않는지?
휴대폰을 통해 보는 내용이 건전한 건지? 오락위주 또는 시간떼우기 유튜브 보기, 릴스나 쇼츠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넘기기 같은!
휴대폰 보는 시간을 좀 줄이고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는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요?
자녀는 희안하게 집안에서 일어나는 것을 소리로도 듣지만 공기의 파동으로도 느끼거든요.
그래서 두 번째로 살펴볼 거는 부부간의 대화의 질이 어른다운가 하는 거예요.
아이 앞에서 자주 다투거나 배우자에 대해 아이 앞에서 핀잔을 주는 장면을 많이 보인다거나 하는 경우는 아이들은 더욱더 말수를 줄이고 거기다가 도피처인 휴대폰 속 세상으로 깊이 들어갈 확률이 더 커요.(이런 사례는 오은영 교수가 나오는 '금쪽같은 내새끼'에서도 많이 볼 수 있을 거예요)
정말 이 파동은 아이에게 큰 영향을 주는 거 같아요. 어른의 어른다운 말투와 표정이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줄 뿐만 아니라 함께 소속되어 어른으로 변해가는 자기 자신을 비춰보는 계기도 만들어주죠.
이렇게 위의 두가지가 순조롭게 잘 지켜지고 있는 단계까지 왔다면, 이때 비로소 아이에게 부드럽게 다가가세요~
아침에 곤히 자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발도 마사지 해주고, 이불도 살포시 덮어 주세요. (아이가 실눈을 뜨고 잠깐 볼때면 엄마아빠표 말없는 부드러운 미소를 보여주시고 나오세요).
저녁에 와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짜증내고 싶어도 꾹꾹 참고 아이에게 '오늘 많이 힘들었지?' 또는 '요즘 많이 하는 게임은 어떤거야?'라고 살짝 관심을 보이세요.
휴대폰과 관련되는 말은 아끼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가가세요.
중요한 거는 아이가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더라도 인내해야 해요. 가끔씩 들어가서 아이에게 엄마 아빠는 너가 뭘하든 너를 응원할거다는 거. 그렇기 때문에 너가 관심있어하는 분야가 있으면 함께 알아보러 갈 의사가 200% 있다는거.
그렇게 해서 조금씩 아이의 입가가 경직되어 있지 않고 미묘하게 부드러워졌다는 걸 알았을 때가 그때가 바로 기회예요.
농담해도 되는 기회가 온 거죠... 대화다운 대화도 슬슬 하게 되는 단계까지 온 거죠.
자, 이쯤 되었다 하면 이제 슬슬 휴대폰과 관련된 얘기를 꺼내도 아이는 거부감을 덜 나타낼거예요.
위의 단계까지 잘 올 수 있으셨다면 아이가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가 대처하는 몇가지 대화를 만들어 봤어요.
이렇게 대화를 하는 것 말고도 더 현명한 대화법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슬기롭게 잘 풀어가시기 바랍니다.
상황 1: 성적이 급격히 떨어졌을 때
# 엄마: (시험지를 보여주며) 민재야, 시험 성적이 많이 떨어졌네. 무슨 이유가 있을까?
# 민재: 그냥 공부가 잘 안 됐어요.
# 엄마: 그렇구나. 그런데 엄마가 보기엔, 요즘 네가 공부보다 휴대폰을 많이 사용하는 게 한 원인이 아닐까 싶어.
너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해?
# 민재: (어색하게 웃으며) 조금 그렇긴 한데… 뭐, 다들 그래요. 친구들도 밤늦게까지 게임하고 놀아요.
# 엄마: 맞아. 친구들이랑 어울리고 싶어 하는 네 마음은 엄마도 이해해. 그런데 지금 네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정말 중요해. 네가 목표로 하는 대학이나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 민재: (고개를 떨구며) 그렇긴 한데, 휴대폰 없으면 스트레스 받아요.
# 엄마: 그럼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주중에는 공부 시간을 더 늘리고, 휴대폰은 하루 1시간만 쓰기로 하자. 그리고 주말에는 친구들과 게임하거나 노는 시간을 늘려주는 거야. 네 생각은 어때?
# 민재: (잠시 고민 후) 좋아요. 주말에는 조금 더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엄마: 좋아, 약속하자.
이 대화에서 엄마가 말하는 태도는 아이의 생각은 어떤지? 그리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고 표현했고 완곡하게 표현하고 있죠. 그리고 마지막에는 약속을 하자 하구요(약속이라는 말을 아이와 했다면 부모들도 아이와 한 약속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잘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 잊지 말구요.
상황 2: 밤새 휴대폰을 사용할 때
# 아빠: (문을 열며) 민지야, 지금 새벽 2시인데 아직도 휴대폰을 하고 있네?
# 민지: 아, 친구랑 채팅하다 보니까요. 금방 잘게요.
# 아빠: 친구랑 얘기하는 게 즐겁긴 하겠지만, 이 시간까지 하는 건 너 건강에도 안 좋고, 내일 학교에서도 피곤할 거야. 네 생각은 어때?
# 민지: (투덜거리며) 친구들 다 이 시간에 얘기하니까 저만 빠지면 소외될 것 같단 말이에요.
# 아빠: 네가 소외감을 느낄까 봐 걱정하는 마음, 아빠도 충분히 이해해. 그런데 민지야, 네가 건강을 잃으면 친구와 어울릴 힘도 없어지지 않을까?
# 민지: (작게 한숨을 쉬며) 그렇긴 하죠.
# 아빠: 그럼 오늘부터는 밤 11시까지만 채팅하고, 그 이후에는 휴대폰을 거실에 두고 자는 걸로 해보자.
# 민지: (고개를 끄덕이며) 네, 알겠어요.
이 대화에서의 아빠의 태도도 아이를 걱정하는 게 먼저, 그리고 아이가 휴대폰으로 친구와 이야기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한다는거..이런 모습이 보이네요. 물론 이 대화처럼 슬슬 잘 풀리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대화 속에 아이를 이해한다는 것과 건강을 걱정하고 있다는 거를 표현해야 해요.
상황 3: 부모 말을 무시하며 계속 사용할 때
# 엄마: 민호야, 몇 번이나 말했는데 왜 또 약속 시간을 넘겨서 휴대폰을 하고 있어?
# 민호: (짜증 내며) 아, 엄마는 왜 자꾸 잔소리만 해요? 저도 알아서 한다고요!
# 엄마: 엄마도 네가 자유롭게 하고 싶어 하는 걸 존중하려고 노력해. 그런데 네가 약속을 계속 지키지 않으니까 엄마로서는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잖아.
# 민호: (투덜거리며) 휴대폰 조금 더 한다고 무슨 큰일 나요?
# 엄마: 민호야, “조금 더”가 계속 반복되면서 네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게 문제야. 숙제도 미루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은 네 미래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아.
# 민호: (잠시 침묵하며) 그럼 어떻게 하라고요?
# 엄마: 네가 스스로 시간을 잘 지키기 힘들다면, 엄마가 도와줄게. 사용 시간을 타이머로 설정해두거나, 약속을 어기면 하루 동안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는 규칙을 만들어보는 건 어때?
# 민호: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어요. 해볼게요.
이 대화에서의 엄마는 아이가 짜증을 내는데도 같이 짜증을 내지 않고 존중한다고 말하죠. 그렇지만 약속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요. 그리고 엄마는 강압적으로 말하지 않고 있구요.
마지막에 민호는 알겠어요라고 말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을 거예요. 그렇지만 아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스로 약속을 잘 지키는 모습을 그려보게 될 거예요. 부모보다도 아이가 어쩌면 그런 자신을 더 바랄수도 있어요.(그렇게 될 때까지 부모는 기다려 주어야 하구요. 부모로 바로 서기가 그래서 힘든 거지요~!!)
상황 4: 가족 시간에 무시할 때
# 아빠: (저녁 식사 중) 민지야, 식사 시간에 왜 계속 휴대폰만 보고 있니?
# 민지: 친구가 중요한 얘기를 해서요. 금방 끝낼게요.
# 아빠: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사 시간은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으로 정하면 어떨까? 지금 네 얘기도 듣고 싶고, 엄마랑 나도 오늘 있었던 일을 너랑 나누고 싶어.
# 민지: (머뭇거리며) 그런데 지금 답 안 하면 친구가 오해할 수도 있어요.
# 아빠: 민지야, 우리가 가족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네가 어떤 상황에서든 가족이 항상 널 지지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야. 네가 이걸 친구에게 설명하면 좋은 친구라면 충분히 이해할 거야.
# 민지: 알겠어요. 다음부터는 밥 먹을 땐 휴대폰 안 볼게요.
이 대화에서의 물론 아빠는 아이와의 대화를 마치 어른을 대하듯 해줍니다. 아이는 부모말에 거역하면 안 된다는 식의 꼰대식논리로 다가가다가는 아이와 다시 멀어지게 될 수 있으니.... 아이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늘 상기하면서 대화해주세요
상황 5: 지나친 게임 사용으로 문제가 될 때
# 아빠: (방에 들어가며) 민재야, 요즘 게임하느라 많이 피곤해 보인다. 몇 시간씩 하고 있어?
# 민재: (어색하게 웃으며) 그냥 친구들이랑 팀플 하다 보면 5시간 정도…
# 아빠: 5시간은 꽤 긴 시간이야. 게임이 재미있는 건 이해하지만, 그렇게 오래 하다 보면 몸도 피곤하고, 중요한 걸 놓칠 수 있지 않을까?
# 민재: 근데 게임 안 하면 친구들이랑 어울리기 힘들어요.
# 아빠: 아빠도 네 친구 관계가 중요하단 걸 알아. 하지만 게임 시간과 다른 활동을 잘 나눠야 네가 더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 하루 2시간으로 줄여보자. 그 시간 안에 네가 즐기고 싶은 게임을 집중해서 하면 어떨까?
# 민재: (잠시 고민 후) 그 정도는 해볼게요.
이 대화에서의 아빠는 5시간 정도 게임한다는 말에도 화를 내지 않아요(속에서는 화가 끓어 오르겠지만)
게임하는 걸 이해하고 있지만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 주죠. 친구관계도 유지하면서 게임하는 시간을 줄여보자고 제안하죠
이런식으로 질문을 했다면 아이가 대답을 하고 그 대답에 다시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어가세요.
아이가 마지막 대화처럼 긍정의 답변이 오지 않더라도 소리를 지르는 거는 절대 안되요. 등한번 토닥해주고 나오세요.
(아마 방안에서 아이는 부모님의 걱정에 대해 잠시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이처럼 상황에 따라 대화로 풀어가며 자녀가 스스로 깨닫고 변화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니까 시간을 가지고 아이와 가까와졌다고 생각했을 때 시도해 보세요.
부모의 다급함은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점 잊지 마시고, 슬기롭게 잘 극복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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